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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나타난 아이가 이유없이 지켜준.SSUL (마지막편)

썰/무서운썰

by 오늘의썰 2021. 11.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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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나타난 아이가 이유없이 지켜준 썰 마지막편”

먼저 꿈속의 그 아이는 사실 나한테 친구이고 형제고 부모고 신같은 존재였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 아이가 이어준 친구 ㅅ이한테 전부는 아니고 어릴때 얘기만 슬쩍 해준 적이 있었거든.

ㅅ이는 내가 어릴 때 너무 힘들어서 네 무의식이 만들어낸 친구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ㅅ이 말도 맞을 수 있다는건 알지만,

일단 그 아이가 내가 만든거라고 생각하면… 못 견딜거 같기도하고…

같이 놀던 기억이나 쓰다듬어주던거나 위로해주던 말들이 희뿌옇지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 애가 꼭 어딘가에 살아있는 존재라고 믿어.

이 아이가 중학교때 이후로도 날 도운게 많은데..

고등학교때는 나랑 비슷하게 가정환경 안 좋은 친구들 사귀어서 어긋날뻔 했는데

결국 나쁜 짓은 안하고 그 친구들이랑 자연스레 멀어졌어.

이유가 내가 빨리 자야해서 집에 갔기 때문이거든.

문 잠구고 자면 엄마가 들이닥치지도 않을테고 잠에 들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어서였어.

사실 성인되고 나서, 아니 얼마 전까지 되게 힘들었어.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니까 걱정 안해줘도 돼!

아무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온갖 불행이 날 닥쳐온 느낌이라고해야하나.

시작은 먼저 내 첫남자친구였어.

친구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었는데 연애생각이 없어서 거절했었어.

엄마를 봤기 때문에 남자라면 싫었고 당장 연애할 환경이 아니었기고했거든.

거기다가 생산직 일을 해서 솔직히 육체적으로도 피곤했어.

그런데 꿈속에서 그애한테 얘길 하는데 나한테 그러더라고.

더 많이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좋은 사람들은 다 네 곁에서 기둥이 되어줄거라고.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잖아,

하니까 그 아이가 너는 현실속에 살지만 나는 네 현실에 있어줄 수 없지 않냐고 그러는거야.

너는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래서 소개를 받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잘 안됐어.

봉사도 많이 다니시고 좋은 분인거 같긴한데..

내가 누군가와 이성적 관계를 전제로 만나는건 처음이라 부담스러워졌거든.

그러다가 회사언니가 남자친구 소개시켜준다고 했는데 거기에 언니 남자친구의 친구분이 있더라고.

알고보니까 그분이 내 사진 보고 마음에 든다고해서 연결시켜주려고 마련했던 자리였어.

잘돼서 1년 정도를 사귀었는데,

그 아이 말을 듣고 용기를 냈던 것 중에 처음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던거 같아.

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지? 아무래도 내가 그런 경우였던거 같아.

처음에는 좋았어.

그 아이 말고도 내게 이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남자친구가 싫어해서 일이 일찍 끝나도 집으로 바로 갔고,

남친은 주말에 약속 잡아도 나는 안 잡았어.

처음에는 내가 연애가 처음이라 잘 모르는거라고 그랬고,

관계가 깊어진 후 가정사를 얘기했더니

네가 엄마한테 제대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가끔 연인사이에 크게 실수할 때가 종종 있다고했어.

다른 사람이 나랑 만났으면 힘들어했을거라고, 그러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거겠냐고.

그 말이 일리가 있어 보였어.

밝고 쾌활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해도 비틀린 구석이 있다는걸 알았고,

괜찮다가도 어릴때 기억이 나서 혼자 기분이 오락가락할 때도 많았거든.

엄마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더 남친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하게 굴었어.

그 아이는 그 남자는 아니라는 식으로 날 설득했지만 그때 난 처음으로 그 아이 말을 듣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남친놈을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닌데 그 관계에 왜 그렇게 연연했는지 모르겠어.

그냥 이 관계가 끝나면 나도 엄마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거 같아.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또 꿈을 꿨는데 그 꿈에서 그 아이는 안 보이고 나랑 남친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어.

장소는 모자이크처럼 뿌옇게 보이는데 남친 입이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는거야.

남친이 웃으면서 날 보고 뭐라고 막 말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남친 시야에서 살짝 빗겨나가게 뒤로 섰거든?

근데 남친이 내가 없는 자리에 누가 서있는 것처럼 막 얘기하면서 웃더라.

그 꿈을 꾸고 얼마 안 가서 남친 친구들을 소개 받았는데 잠깐 화장실 갔다가 오는데 나누는 대화가 들리더라고.

결혼할거야? 너 공순이랑은 결혼 안한다며~

대충 그런 내용이었는데 남친은 조용히하라면서 웃더라.

그 모임이 있은 후에 이상해서 남친한테 노트북 빌려서 카톡을 몰래 봤는데..


어려서 그런지 말은 잘 듣는다.

근데 결혼 대상은 아니다. 들어보니까 집안도 막장이더라.

그리고 내가 엄마가 만났던 아저씨 관련해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남자친구랑 스킨십하는게 설레는게 아니라 다른 의미로 긴장되고 그래서 첫키스도 오래 걸렸어.

잠자리도 아직 안한 상태였는데 그거 관련해서

어차피 결혼할 것도 아닌데 너무 때묻지 않은 애는 재미없다고도 하더라고..ㅋㅋ

생각보다는 덤덤했어.

단지, 그런 집에서 태어난게 네 잘못이 아니라던 남자친구가 뒤에서는 날 재고 있었구나 싶은 정도?

사실 남자친구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괜찮았어.

그냥 이 사람이 날 사랑한다고 믿었던게 창피하더라고.

꿈속에서 그 애는 혼내주겠다고 말했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

나를 좋아하지 않은게 그 사람 잘못인건 아니니까.

그 애가 되게 다 늙은 할아버지처럼 너는 예쁘고 고운 아이인데

왜 이렇게 삶에 비바람이 이렇게 많냐고. 네 삶이 한스럽다고 그랬어.

나는 그냥 일하다가 종종 남자친구의 그 이중적인 모습이 생각나는 정도인데

그 애는 엄청 화내더라고..ㅋㅋㅋ 그때 처음으로 얘가 인간?적이었던거 같아.

남자친구한테는 일주일 뒤에 이유는 말 안하고 헤어지자고 했어.

내가 그 카톡을 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거 조차도 부끄러워서였는데,

남자친구가 납득을 못하는거 같아서 결국 이유를 얘기해줬어.

막 해명을 하는데도 내가 단호하게 나오니까 납득한듯 보이더라.

그런데 이주가 좀 지나서였나? 다시 전화가 오는 거야.

물론 안 받았는데 그 뒤로 집 앞까지 찾아와서 문 걷어차고,

비번도 모르면서 열려고 시도하고… 하여간 진짜 소름끼쳤어.

그러고서 또 며칠간 잠잠하길래 이제 날 포기한줄 알았지.

근데 회사에서 회식하고 새벽 1시쯤에 들어가는데,

그날따라 느낌이 쎄한 거야.

내가 사는 자취집 빌라가 거울이 건물 입구랑 마주보는 구도거든?

그래서 입구 문이 열려있으면 문밖의 주차장이 보여.

여튼 거울을 보는데 주차장에 있는 기둥 뒤에서 누가 얼굴을 빼꼼 내미는거야.


전남친 자식이었어.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뒷목으로 소름이 싹 돋는거 있잖아.

심지어는 걔가 왼손에 전자담배 들고 있던 것도 기억나.

엘베는 아직 10층인데 남자친구는 내가 본걸 눈치챘는지 기둥 뒤에서 발을 내딛었어.

너무 놀라서 바로 엘베 옆에 있는 비상계단 문을 열고 위로 뛰어 올라갔거든.

이때 진짜.. 범죄영화 한편 찍었어.

애초에 1층에서부터 남자친구랑 내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았고,

나는 체력이 안 좋아서 어릴때부터 많이 골골거렸는데

그 자식은 취미로 헬스를 다녀서 따라잡히는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어.

막 날 붙잡고 뭐라뭐라 얘기했는데 하도 다 개소리여서 쓰기도 손 아파..

뻔하디 뻔한 변명에 너가 나 아니면 누굴 만난다고 그러냐 등등.

여기서 얘를 자극하면 더 큰일날거 같아서 어깨 붙잡고 막 달달 흔드는데 그냥 가만있기만 했어.

걔가 지금 우리집으로 가자면서 내 손을 끌고 계단위쪽으로 올라가려는데,

원래 전남친놈은 나보다 계단 아래쪽에 있었거든?

근데 나보다 위로 올라가려는 그 찰나에 얘가 갑자기 계단 밑으로 떨어졌어.

비틀거린것도 아닌데 그냥 갑자기.

근데 전 남자친구가 내 손목을 안 놓을 것처럼 엄청 쎄게 잡고 있었는데

떨어지는 순간에 갑자기 손을 놓더라고.

다행히 그 자식은 크게 안 다쳤고 일 커지기 싫어서 경찰에 신고도 안 했는데,

그 뒤로 날 찾아오는 일은 없었어.

나중에 그 소개시켜준 언니가 말하기를 그 자식 말로는 누가 계단에서 자기를 민 거 같았다고 친구한테 얘길 했대.

근데 꿈에서 그 애한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어.

물어보지 않아도 그냥 알거 같아서.

내가 꿈에서 꼭 남자 필요 있겠냐고 그랬더니 그 애가 네가 마음이 건강해졌는데도 생각 없으면 만나지 말라고.

근데 필요하지 않은 거랑 두려운건 다르다고 말해줬어.

조금 우울해서 “좋은 사람한테는 좋은 사람들만 모인대. 나는 되게 나쁜 사람인가봐.” 그랬더니 그 애가 네 주변에 정말로 나쁜 사람들만 있냐고 묻더라고.

물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겼지만 그건 네가 있어서 사귄 사람들 아니냐고 그랬어.


그랬더니 나한테 “그럼 나는 좋은 사람 같아, 나쁜 사람 같아”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고 그랬더니 “네가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네 옆에 있는거야” 그랬어.

그때쯤에 힘들었던 건 전남친놈 때문도 있었지만 사실 정말 힘들었던건 따로 있었어.

어릴때 다른건 몰라도 용돈은 줬던 엄마가 내가 어른이 되자마자 돈문제로 속을 썩였어.

널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말에 고3때부터 취업 나갔고,

남편 없는 엄마를 책임지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냈어.

따로 살아도 무거운 가구 옮길 일 있다고 하면 바로 달려가서 돕고,

엄마가 술 마시고 인생푸념하면 다음날 출근해야 해도 새벽 3시까지 쭉 들어줬어.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던건 엄마가 해외여행을 가고싶다고 해서 100만원을 보내줬던게 계기였던거 같아.

너한테 헌신하느라 못해본게 많다는 엄마는 요구하는게 많아졌고 나는 자식된 도리한다고 적금도 털었어.

터키, 중국, 일본, 그리스 등등… 정작 나는 그 당시에 제주도는 커녕 지방여행도 못 가봤는데.

이모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서 네 엄마가 빚 지면 이모가 갚아줄테니까

신경쓰지 말라고했지만 돈을 안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화하고 자살예고같은 문자를 보내서 돈을 안 보낼 수가 없었어.

나 어릴때는 상대적으로 잘 사는 이모네가 도와줬던 것도 있지만 엄마도 술집 운영하면서

나 학원비랑 병원비랑 꼬박꼬박 다 내줬는데 나도 컸으니까

남편없이 고생한 엄마한테 돈으로라도 효도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

이게 남친 일과 겹치다보니 힘들었는데 그래서 꿈속에서 그 애를 찾는 횟수가 늘었던거 같아.

그즈음에는 거의 매일 꿈에서 그 애를 만났고 나는 일 나가는

시간 제외하면 밥도 죽지 않을만큼만 챙겨먹고 서둘러서 억지로 잤거든.

이때 그 아이한테 의존도가 커서 집착하기 시작했던거 같아.

주말에는 친구들이나 이모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억지로 잘려고 했거든.

근데 그 아이는 그 시기쯤에 뭔가 평소같지 않았어.

엄청 초조해보이고 가끔 날 보면 눈물을 글썽이고..

어른스럽던 애가 감정을 주체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 아이는 사람을 많이 사귀라고,

삶의 기둥이 되어준다고 했지만 나한테 기둥은 그 아이였는데.

내 기둥이 너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거야.

마음이 아팠지만, 실은 싫지 않았어. 내가 아픈만큼 누가 아프다는게 변태같이 만족스러웠어.


그러다가 또 꿈에서 물어본 적이 있어.

죽으면 잠드는 거랑 똑같은데 내가 죽으면 너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냐고.

예전에 했던 질문이랑 비슷한 질문이었는데 이번에는 화 안내고 날 달래려는듯 하는 눈치였어.

그때 대화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오래오래 살다가 자연사하면 같이 있어줄게.

요즘 백세인생인데 너 앞으로 칠팔십년 기다려줄 수 있어?



기다려주지 않을거잖아.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의처증 가진 사람처럼 엄청 의심하고 집착하는 말들을 했었어.

나는 이 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정작 얘는 내 현실속에 없고 실체없는 꿈을 꿔야만 한다는게 너무 무서웠어.

그럼 얘가 내 꿈에 안 나오면 나는 이 애를 만날 수 없다는거잖아.

그런 꿈을 꾼 다음에 또 돈 달라는 엄마랑 싸운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힘들다고,

할만큼 하지 않았냐고 울었는데 돌아온 반응과 폭언이 너무 충격적이었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 정도도 요구 못하냐고.

그럼 난 남편없이 너한테 돈도 못 모으고 쏟아부었는데 누가 날 책임지냐고.

그 말이 틀린 말이라기 보다는 내가 힘들다는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그 태도가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러고서 담날에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한강대교를 지나는데 그 다리에 써진 글귀 있잖아.

그거 읽으면서 걷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서 대낮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었어. 약속도 결국 못 갔고..

저런 예쁜 말들을 나한테 해주는 사람은 그 애 말고는 없잖아.

그래서 죽기 직전에 사랑하거나 빚을 진 적 있는 사람들한테 잘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모네 가족들한테 선물 하나씩 사서 드리고 이모랑 밥 먹었어.

또 다음날에는 친구들 불러서 술 마시고 집에 와서 주방에서 칼 꺼냈는데,

꺼내고나서도 1시간을 망설였던거 같아.

이제 미련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서워지더라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냉장고에 이모가 해줬던 반찬을 꺼내서 그냥 막 게걸스럽게 먹었었어.

이거 반찬 몰래 싸주느라 눈치보셨을텐데 남기기 아깝기도했고 시간끌고 싶었던거 같기도 하고….

얼마 없던 반찬도 다 먹었는데도 뭐가 더 먹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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